서울을 떠난지 슬슬 네 달이 되어 간다. 태어나서 서울에서 이렇게 오래 나와 있는 것이 처음이다.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지구 어디서 살아도 상관없을 것 같았던 나지만 종종, 아니 꽤 자주 서울이 그립다. 신촌거리 술집들, 자주 가던 밥집들. 언더우드 상 앞에서 새우깡 안주로 맥주 마실 때 불어오던 시원한 가을 바람. 강남역 바로 앞의 레비스와 계단을 올라가서 바로 있던 노래방. 안국역 뒷쪽에서 삼청동 걸어가던 골목길과 자전거 타고 퇴근하던 저녁의 탄천 길.
지난 주 내내 괜히 할일 없이 어릴적 하던 게임, 어릴적 보던 만화책을 찾아 인터넷을 뒤적거렸다. 어릴 적 하던 머드게임 매뉴얼을 보고자 하는 일념에 나우누리 동호회 자료실을 뒤지고, 찾은 hwp 2.0 과 이야기 갈무리 파일들을 열 수가 없어서 vmware 위에 윈도xp 를 깔고 다시 이야기 멀티를 까는 삽질까지 했다. 아 이런 존이 있었지. 맞아 여기에서 사냥했었지. 와 그때 만났던 이런 사람들도 있었는데. 이런 기억의 잔해를 뒤적이느라 수많은 시간을 불태우고 나서야 깨달았다. 아, 서울과, 내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구나, 하고.
내 삶이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. 중2틱한 우울병에 걸려 매일매일 우울한 글만 홈페이지에 쓴 적도 있었고, 아픈 적도 있었고, 좌절한 적도 있었다. 하지만 어쨌든 난 그걸 전부다 이겨냈고, 그 모든 것을 지나보낸 덕분에 난 더 행복할 수 있었다.
여기가 내가 익숙한, 그리고 내가 행복했던 환경이 아님을 안다. 목표를 갖고 이 곳에 왔고, 적응해야 할 것이란 것을 알지만.. 언젠가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마음속에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.
그래도 하고 싶은 일과, 해야 할 일,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있으니 힘내서 일어날 수 있다.
오랜만에 허세 글이다. 사실 술먹고 노래방가고 싶은 맘이 간절한데 여기선 텄고, 서울에선 알고스팟 애들이 신년회 한다니 부러워서 써봤다... 시발... ㅠㅠ


